K리그 최고의 지도자 반열에 오른 홍명보 감독도 경기 준비 시 해외 축구를 참고한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다음 경기에 필요한 움직임을 선수들에게 영상으로 보여줄 때 해외 사례도 활용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빠르게 이해한다. 상대의 전술과 포메이션을 예상하고 파해법을 세울 때 역시 자체 연습을 하면서 해외 사례도 살핀다. 최근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시티를 포함한 다양한 팀을 본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그러면서도 "울산 선수들은 각자가 어떤 축구를 할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자세한 것까지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연습을 과하게 하면 실전에서 역효과를 불러올 때가 잦다. 만약 성장 단계의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면 세부적인 것까지 일일이 다 가르치겠지만, 울산은 큰 틀에서만 잡아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항상 팀에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것도 모르고 감독을 한다는 것을 말도 안 된다"며 선수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전술 욕심을 경계했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또 다른 키워드는 '유연함'과 '결단력'이었다.
"감독을 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운영 방식과 다른 노선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 선택이 나약한 결정은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적은 데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게 더 나약한 행동이라고 본다. 올 시즌에 노선을 바꾼 단 한 경기가 9월30일 열린 리그 3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원정이었다."
홍 감독은 이어 "만약 우승을 되찾기 전 울산이었다면 그 경기는 무조건 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지 않았다. 경기 전에 두 팀의 엠블럼을 가린 다음 최근 10경기 성적만 놓고 '5승5무 팀과 3승3무4패 팀이 대결한다면 어느 쪽이 이길 듯하냐'는 질문을 선수들에게 던졌고, 전부 '5승5무 팀'이라고 답했다. 그 팀이 포항이라고 말한 후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결국 3백 등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가며 0-0 무승부로 포항의 선두 추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울산의 리그 행보가 좋지 않았을 때였기에 그 경기에서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다 포항에 졌다면 우승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승점 1점을 가져온 덕에 오히려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