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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 15:06

냉철, 마법사의 기본

URL 복사 (*.32.205.19) 조회 수 156 추천수 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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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는 아마 제 커뮤 활동이 급감할 것 같아서 오늘 최대한 축구 관련 상상을 써보려고 이 글을 기획했습니다. 순수한 재미로 보기에 좋은 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는 흔히 축구에서 잘하는 미드필더를 마술사, 마법사라고 부른다. 기술적인 면에서의 화려함, 상상도 못한 창의적인 전개 등에서 마술, 혹은 마법 같은 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단순히 기술이 좋다고 마법사라 부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마법사의 원형에 있다. 우리는 마법사의 원형을 어디서 가져올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판타지나 이를 유희화한 RPG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마법사 이니에스타.jpg

(현지에서도 마법사라 불린 이니에스타)

 

게임장르 중 하나인 역할놀이게임, 줄여서 RPG라 불리는 장르는 보통 배경을 판타지로 설정한다. 그리고 흔히들 판타지의 꽃은 검과 마법이라 한다. 그 꽃을 다루는 인물이 마법사다.

장르 안에서 마법과 검이 가진 위상과 인기를 반영하듯 마법사가 차지하는 위상과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마법사는 용사에게 힘을 복돋아주거나, 용사에게 부족한 지식을 빌려주거나, 가끔은 화려한 마법으로 상대를 직접 제압하기까지 한다. 거기에 요즘은 마법사도 나뉘면서 흑마법사, 백마법사, 마도사, 마검사 등 많이도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축구에서 미드필더가 담당하는 건 rpg의 마법사가 보여주는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 

 

rpg구성.jpg

(RPG의 정석적인 구성, 용사, 전사, 마법사, 승려. 축구에서 미드필더가 보여주는 역할은 마법사의 역할과 닿는 점이 많다.)

 

우선 RPG에서 마법사의 역할이 무엇일까?

모여 있는 상대를 싹 쓸어버리는 스위핑? 용사의 마력 밧데리? 마법사의 스킬트리에 따라 다 다르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마법사의 가장 기본적인 건 판을 냉철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티, 나아가선 전황을 통찰하며 다음 수를 생각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다음 묘수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동시에 팀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마법사에게 판을 읽는 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판을 읽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판과 거리를 두는, 냉정함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피아식별, 상대의 진영, 역전의 타이밍까지 전부 볼 수 있기 위해서.

또한 그런 시야와 상황 판단 능력 뿐 아니라 그걸 전세 내내 유지할 수 있는 체력도 요구한다. 전투의 한복판에 급습하거나 급습한 뒤 다시 멀어질 수 있는 것도 체력이다. 마법사에게 체력은 꽤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마법사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건 마법이 아니다. 어떤 마법을 어떤 상황에서 쓸 수 있는지 판단하는 지능, 시야, 창의력, 체력까지 유니버셜한 멀티 능력, 그리고 그것들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냉철함이다.

 

 

마법사란.PNG

(드래곤 퀘스트-타이의 대모험에서 대마도사 마드리프가 포프에게 한 조언. 마법사에게 필요한 기본 수양 중 하나인 냉철함을 잘 가르쳐준다)

 

지금까지 보여진 마법사의 모습이 이렇다면 미드필더는 어떨까?

 

우선 크루이프의 명언이 있다.

 

축구는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것이다

 

이 말이 진짜 직접적인 의미의 뚝배기를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물론 크루이프는 키가 커서 뚝배기도 괜찮았다). 헤딩의 의미가 아닌 생각하는 플레이, 시야를 갖고 풀어갈 줄 아는 플레이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생각한다.

 

 

크루이프.jpg

(현역 시절, 차원이 다른 축구 지능으로 최고의 선수로, 이후엔 최고의 전술가로 이름을 알린 크루이프) 

 

 

이 전제를 가진 채 다음 글을 보자. 다음 글은 카를로 안첼로티의 선수론, 미드필더에 대한 글이다.

 

 

선수론1. 미드필더(CENTROCAMPISTA)

 

- 높은레벨의 종합력을 요구받는 포지션
미드필더(이탈리아어로는 첸트로캄피스타)라는 포지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확실히 말 그대로 미드필드(피치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된다. 
미드필드 지역은 축구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대이며, 볼을 둘러싼 공방의 대부분이 벌어지는 장소다. 중원을 제압하는 것은 경기를 제압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미드필더는 오로지 공격을 노리는 포워드, 거의 수비 전담인 수비수와는 다르게 공격과 수비라고 하는 경기의 2가지 국면 양쪽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요구받는다.

 

 

"높은 레벨의 종합력을 요구받는다."

 

그러니까 미드필더에겐 시야, 두뇌, 기술 뿐 아니라 경기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종합적인 능력으로 끼칠 수 있는 것을 요구가 된다.

 

 

 

스티브 제라드.jpg

(카를로 안첼로티가 영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미드필더로 꼽은 스티븐 제라드, 높은 멀티성을 가진 선수로도 유명하다)

 

 

또한 안첼로티는 선수론에서 "내가 플레이했던 80년대 당시에는 한마디로 미드필더라고 하더라도 그 역할은 포지션에 따라 꽤 분화되었다."면서 미드필더의 스타일에 따른 차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장 우리만 보더라도 공격형 미드필더에 어울리는 선수가 보이고, 육각형인 선수도 보이고, 박투박, 레지스타, 게임메이커... 다양하게 부르지 않는가.

마치 현대에 와서 rpg에서 마법사의 스타일에 따라 마검사, 흑마도사, 백마도사 등으로 부르는 것처럼.

 

 

이걸로 미드필더와 마법사의 공통지점이 약간은 파악되겠다.

냉철해야 하고, 헌신과 두뇌로 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멀티적인 능력을 요구받는다. 

거기에 현대에 올수록 분화가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결국 미드필더에겐 마법사와 같은 냉철한 상황판단 능력과 지능이 요구되는 것고, 그것이 이뤄진 미드필더를 마술사 혹은 마법사라 부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미드필더는 결국 마법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냉철해지지 못하는, 판에 휩쓸리는 미드필더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어리숙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여기에 있다. 쉽게 흥분하고 전위로 나서는 마법사는 파티를 전멸로 이끌기 쉽상이니까.

 

결국 기술만 있고, 쉽게 흥분하는 미드필더는 파티로 쓸 수 없는, 전멸로 이끄는 보스몬스터나 다름 없다.

 

 

3줄 요약

 

미드필더가 마법사라 불리는 것에는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다

마법사의 베이스는 냉철함이다

냉철하지 못하고 기술만 있는 미드필더는 미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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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경 2021.04.26 15:09 (*.131.17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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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변할닉변 2021.04.26 15:14 (*.3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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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림사는울산팬 2021.04.26 15:29 (*.118.5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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