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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같았던 2019년, 그리고 3년의 시간

 

 2019년은 울산 팬들과 나에게 모두 암울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2019년은 개인적으로 많이 방황한 해였다. 3년을 준비했던 과고 면접에 1차만에 떨어진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때가 10월 중순.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날, 울산은 거짓말같이 그 해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나는 아직도 그 경기 전날 친구와 했던 대화를 잊지 못한다. '야, 이번엔 우승하겠지?' '이번엔 우승해야지.' 그 친구와 나눈 대화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비 내리는 종합운동장에서 그 날 경기를 찾았던 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13년도의 그 날이 유튜브에 뜰 때마다 욕을 하며 '관심 없음' 버튼을 눌렀던 나를 생각해보면, 만일 내가 19년도의 그 날에 종합운동장에 있었다면 그 친구와 함께 펑펑 울지 않았을까. 한창 타들어가던 중학생의 멘탈에 기름을 붓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때 현장에 없었으므로 그 감정을 백 퍼센트 알지 못한다는 것이 다른 느낌으로 화가나기도 한다.

 

 그 날은 12월 1일이었다. 12월의 첫째 날, 2013년 12월의 첫째 날 리그 1위였던 울산은 리그 2위인 포항을 리그 마지막 경기의 상대로 맞는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던 그 날에는 0대 0으로 끝나가던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의 극장골로 문수구장에서 포항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만다. 그 때 흘렸던 눈물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확히 육 년 후, 2019년 12월의 첫째 날 울산은 거짓말같이 다시 포항을 만난다. 리그 2위였던 전북과의 승점 차는 3점 차. 이번에도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던 그 날 후반전에만 거짓말같이 세 골을 얻어맞으며 1대 4로 참패한다. 돌아온 울산 성골 유스이자 프랜차이즈였던 김승규는 그 날 거짓말같이 상대에게 스로인 미스를 날리며 한 골을 잃는 데에 일조하고 만다.

 

 모든 게 거짓말같았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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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우리에게 거짓말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여차저차 현대청운고 입시에 성공하고 입학을 준비하고 있던 2019년의 겨울, 거짓말같이 코로나19가 창궐한다. 학교에도, 바깥에도 나가지 못하길 수 개월, 해외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내 바람은 물거품이 된 채 겨우 들어간 학교에서 나는 3년을 갇히게 된다. 인터넷으로나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해에도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다음 해에도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2022년.

 

 그 해에도 별다를 건 없었다. 연초부터 듣기 시작한 인강이 나에겐 맞지 않다는 사실도 모른 채 결국 진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번아웃이 와 수능을 반 포기했다는 것, 그래서 그때는 꽤 자주 울산의 경기 결과를 챙겨봤다는 것 정도. 수능을 한 달여 앞둔 2022년 10월 8일은 엄마가 주말을 맞아 학교로 오셨던 날이었고, 전북과의 현대가더비가 있던 날이었다. 한 골을 먹혀있길래 에라이 했다. 그럼 그렇지. 이번엔 우승하겠지, 이번엔 우승하겠지 했던게 삼 년이라 이제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전북에게 따라잡히는 것 아니냐는 잡념을 시작하기 전에 가족들과의 식사에 집중했다. 아마 식후에 디저트를 먹으러 남목삼거리 근처의 카페에 들렀을 때일 것이다. 미련을 차마 떨쳐내지 못했는지 폰을 들어 경기 결과를 확인하기를 잠시.

 

마틴 아담 (90+6')

마틴 아담 (90+9')

 

 2대 1, 울산의 승리. 엄마와 동생을 보내고 학교 자습실로 곧장 돌아온 나는 바로 하이라이트를 틀었다. 입을 틀어막고 와 소리 내기를 몇번. 눈물이 났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던 전북이라는 벽이 전례없는 극장골 두 골로 드디어 허물어졌기 때문도 있지만, 나를 더 울컥하게 한 건 영상에서도 절절하게 들려오는 울산 팬들의 함성소리였다. 함성에는 한이 맺혀 있었다. 13년도의 슬픔 한 줌, 19년도의 서러움 한 줌, 20년도의 한숨 한 줌, 21년도의 체념 한 줌과 지난 17년동안 쌓여왔던 리그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모인 한이었다. 그러나 17년만의 우승이 이젠 헛된 말이 아닌 것이다. 중학교 시절의 시작에서 지켜봤던 우승 이후 5년,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끝자락에서 다시 울산은 내게 17년만의 우승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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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8"

 

ㅊㅊ https://brunch.co.kr/@junesouvenir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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