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14월드컵 당시 홍명보와 손흥민은 사이가 안 좋았어요. 본인보다 돋보이는 선수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홍명보는 '의도적으로' 손흥민을 홀대했고 손흥민 역시 홍명보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손흥민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절대적 존재죠. 홍명보 같은 자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PL무대에서 득점왕을 차지했고 여러 시즌째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있는 월드클래스 선수입니다. 이런 선수를 과거처럼 대하려고 했다가는 라커룸에서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모릅니다
2. 그러면 황희찬, 이강인 등은 어떨까요? 이들 역시 자기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던 런던 세대 다루듯이 했다가는 역효과만 날 공산이 큽니다
3. 그러면 국내파들은요? 당장 주민규, 김영권, 이명재 같은 우리팀 소속 선수들의 홍명보에 대한 감정이 어떨까요? 사람에 대하여 근본적 회의감마저 들 정도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텐데 "니네 거짓말쟁이야?", "이게 팀이야?", "야 만족해?", "니들이 프로야?" 이런 멘트들을 아무리 뱉어본들 그게 먹힐까요? 오히려 속으로는 가증스럽다고 여길텐데요.
"자기가 거짓말쟁이인 주제에 누구더러 훈계질이야?"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4. 카리스마와 리더십이라는 건 책임감과 언행일치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홍명보는 이 모두를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무책임하게 시즌 도중 팀을 배신했고 감독 내정설 보도가 나오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본인의 스탠스는 변치 않는다며 울산팬들을 안심시킨 후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꿔 국대 감독직 제의를 받아들였죠
이런 자가 눈에 힘주고 의자 걷어차며 난리를 친들 그게 선수들에게 통할 리가 없습니다. 선수들은 결코 바보나 호구가 아니거든요
5. 14월드컵을 앞두고 국대 감독이 될 때만 해도 최소한 그 시점에서 축구팬들의 여론은 호의적이었습니다. 런던 올림픽 본선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딴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었고 감독의 인격에 흠집이 난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은요? 홍명보 자신이 그동안 내뱉어왔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모순적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생명과도 같았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크게 손상시킨 채 험악하기 그지없는 여론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구요
그렇다고 월드컵 본선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도 아닙니다
실패는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일단 선수들이 홍명보를 따를 지부터 의문인 상황이에요. 어떤 선수가 남을 배신하고 한입으로 두말하는 자에게 신뢰감을 갖겠습니까? 이걸 초래한 건 협회장 정몽규, 그의 충실한 하수인 이임생, 한번 배신한(포항) 자는 두번 배신하는 게 결코 어렵지 않다는 걸 증명해준 홍명보입니다
홍명보에게 남은 건 인과응보의 결과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