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사는 지난 5일 유럽에서 돌아온 뒤 정몽규 협회장에게 경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는 여러 후보자들과 협상 과정을 설명했고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원회 뜻대로 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는 당일 늦은 밤 수원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마친 뒤 홍 감독을 만나 대표팀 감독직 수락을 요청했고 홍 감독은 고민 끝에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최근 사퇴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0순위 후보로 결정한 지도자다. 정 위원장은 협회가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요구하자 버티다가 사의를 표명했다. 결국 당초 전력강화위원장이 꼽은 0순위 후보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셈이다.
협회가 홍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결정한 이유는 홍 감독보다 더 알맞은 지도자를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는 걸 검토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줘야하는 위약금, 천안 축구센터 건립 비용 등으로 인해 협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평범한 지도자를 데려오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게다가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은 △현재 팀을 맡고 있거나 △국가대표팀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거나 △자국에서 활동한 게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협회는 불만족스러운 지도자를 적잖은 연봉을 주고 데려오느니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맡아달라고 간청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