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의 재발견…전방에도 긴장감 살아나
배준호와 결이 다른 등장도 있다. 1990년생 스트라이커 주민규다. 만 34세인 주민규는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고 처음 A대표팀에 뽑혔다. 2021년과 2023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물오른 골 감각을 지녔지만 황의조, 조규성, 오현규 등에 밀려 A대표팀 승선의 꿈이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주민규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기회를 기다렸고, 복잡한 상황이 얽히며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황의조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오현규가 소속팀인 셀틱에서 출전에 애를 먹으며 대표팀 최전방에 조규성만 남게 된 것.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선수 시절 특급 골잡이였던 황선홍·김도훈 두 감독 모두 주민규의 능력을 인정하고 A대표팀으로 불렀다. 3월에 처음 A대표팀에 와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준 주민규는 조규성이 무릎 부상으로 소집되지 않은 6월에는 최전방의 우선 옵션이 됐다. 싱가포르전에 선발 출전한 그는 특유의 빠른 연계와 문전 마무리로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손흥민과의 뛰어난 호흡 때문에 토트넘 시절 해리 케인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중국전에서도 손흥민의 돌파 외에는 답답했던 공격이 후반 15분 주민규의 투입과 함께 살아났다. 한국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주민규 효과를 곧바로 봤다. 투입 1분 만에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흐른 공을 이강인이 결승골로 연결한 것. 주민규에게 중국 수비진이 쏠리며 생긴 공간을 이강인이 놓치지 않고 침투해 왼발로 마무리했다. 한국 축구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주민규는 국가대표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