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현장 김진수·황인범 인터뷰에서 발견한 키워드 중 하나는 주민규(울산 HD)였다. 34세 주민규는 뒤늦게 국가대표에 데뷔했지만 안정적 기량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전에서는 국가대표 데뷔골은 물론 3개의 어시스트를 적립하며 '최전방 연결 고리'의 역을 충실하게 해냈다. 'K리그의 해리 케인'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은 까닭이다.
오래도록 국가대표팀을 누빈 베테랑 김진수는 주민규의 역량을 담백하게 표현했다. "의심할 여지없는, K리그에서 가장 좋은 공격수다." 세르비아 리그를 평정한 미드필더 황인범도 마찬가지였다. "민규 형과 게임하면 볼을 지켜내 어떻게든 우리에게 연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경기하는 과정에서 수월하다."
주민규는 K리그에서 다 년간 쌓은 노하우를 태극마크를 달고 마침내 폭발시키고 있다. 국가대표팀 붙박이 동료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그가 붉은 유니폼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믿음'이 커 보인다. 주민규가 볼을 잡으면 지켜줄 거라는 믿음, 주민규에게 볼을 연결하면 날카로운 장면으로 연결 될 것 같다는 신뢰, 그것이 형성됐다.
주민규는 정말 늦게 핀 꽃이다. 한때 K리그2(2부리그)에서 뛰던 미드필더였고, 공격수로 전향하고 나이가 꽤 찬 이후에도 국가대표와는 도통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K리그1(1부리그) 득점왕을 차지했으면서도 태극마크 한 번 달지를 못했다. 그러나 그런 고난이 주민규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 K리그1 득점왕을 몇 번이나 차지한 공격수가 고난을 겪는다는 것도 우습지만, 지난 몇 년은 주민규에게 유독 냉혹했다.
하지만 주민규는 주저앉지 않았다. 현실의 냉혹함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그래서 마침내 34세의 나이에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단 것만이 아니라 국가대표팀 최전방의 '해답' 중 하나로 떠올랐다. 주민규가 K리그에서 보여주던 연계 능력과 피니시가 국가대표팀에서도 더 많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