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눈을 뜨니
오늘도 어김 없이 해가 떴네요.
어제 숙소로 돌아오고,
살짝 허탈한 마음이 들어
잠이 쉽게 들까 했는데 기우였네요.
잠깐 눈 감았다 뜬거 같은데,
아침이에요.
어제 멀리 한국에서 요코하마까지 오신 분들,
그리고 집에서 열심히 응원하신 모든 분들
고생 하셨습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경기가 달라졌을까?
아쉬움이 있지만 어제의 아쉬움은 덮고
다음 경기부터 다시 힘차게 뛰었으면 합니다.
글을 남길까 말까 하다가 고민했는데,
큰 마음 먹고 남기는건 어제 깨달은 바가 있어서
이렇게 씁니다.
경기장에 오신 분들은 보셨겠지만,
전 어제 140분 넘게 경기장에서
비 맞아가며 서포팅 했었습니다.
사실 경기장 가기 전까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반대편에
요코하마 서포터 보니 순간 피가 끓더라구요.
선수들과 함께 비 맞으며 에너지를 뿜으니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추웠으면 좋았겠지만,
그 끓었던 피는 세찬 비바람에
급격하게 식고....
3:0이 되는 순간 정말 춥더라구요.
물론 그 뒤에 3:2까지 따라 붙을 땐
또 열이 올라 몸에서 김이 나고,
오? 나 초사이언인가?
살짝 정신줄도 놓았지만
춥더라구요 ㅋㅋ
제발 정규시간 안에 이겨라!!
제발 연장전에서 끝내자!!
간절 했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버린..
추워지니,
추위를 잊고자 더 서포팅에 몰입했고
뒤에서 들리는 콜 따라가려 귀를 열었습니다.
티비에선 안들렸을지 모르지만
요코하마 서포터에 지지 않으려는 듯
다들 악을 써가며 응원하시는게 느껴져서
이 응원이 선수들에게 전달 되겠지?
혼자서 뿌듯 했었는데...
순간 순간 쌍욕이 귀에 박히더군요
응원은 함성이라 뭉툭하게 들리는데,
한사람 한사람이 내지르는 쌍욕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너무 적나라게 귀에 박히더라구요.
평소에도 경기장에서 욕이 안들리는건
아니지만 앞에서 혼자 들으니
어? 이정도라고?
이정도면 문수에선 선수들한테도
생각보다 잘 들리겠구나.
아침에 눈 뜬 이 시점에도
몇몇 욕설은 귀에 맴도네요.
이제껏 경기장은 특별한 영역이다
욕하는 사람들의 과도한 열정이겠거니
어느 정도 추임새라 여겼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전 어제부로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욕하지 않으리라 다짐 했습니다.
축구장이 특별한 영역은 맞지만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영역이고,
나의 부정적인 언행이
누군가의 가족 친구 연인에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구나.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라는걸.
개인적으로 주변에 프로선수 가족이 몇 분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처 받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가족과 함께 온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긴 글 남겨봤습니다.
요코하마는 어제 궂었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개었네요.
오늘 이 날씨처럼 모두 화창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바모스 울산!!
PS 어제 전반에 혼자 있다가
후반에 몇몇 분들이 같이 비 맞으며
응원 할 때 정말 좋았습니다.
함께 한다는게 이런거구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게 행복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가는 길에
울산 유니폼을 보며 서로 인사할 때도
든든했습니다.
경기장에 오셨던 분들!!
다른 울산팬 분들 보다 딱 1만큼은 더
고생하셨습니다.
남은 일정 잘보내시고,
무사히 귀국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