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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대표팀 안에서는 잦은 잡음이 들렸다. 과거에는 지도자와 선수들 간 갈등과 항명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선수들 간 갈등이었다. 유럽을 비롯해 중동·일본·중국 등으로 향한 해외파와 K리그를 중심으로 한 국내파 간 갈등이 시작이었다. 일부 해외파가 많은 연봉으로 얻은 재력을 명품 등을 통해 과시하는 일이 생기며 국내파를 소외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만 해도 해외파는 숫자가 적었다. 팀 운영 차원에서 최강희·홍명보 감독 등은 이 부분을 통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외파를 강하게 눌렀지만 그럴수록 반발만 거세졌다.
이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는 지난해 함께했던 아시안게임 멤버들, 20대 초반 또래 선수들과 어울렸다. 최근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주변 분위기나 조직의 원칙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Z세대다. 이것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집중하길 원했던 선배들과 대치되며 충돌까지 일어났다. 자율을 강조한 클린스만 감독의 팀 운영 원칙이 Z세대의 방임과 방종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불만이 있어도 뒤에서 분을 삭이는 정도로 마무리되던 것이 이제는 말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 열정페이를 지적하며 당당하게 반발하는 것이 요즘 세대다. 이강인의 경우 성장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케이스다. 10세에 스페인으로 가 그곳에서 줄곧 성장했다. 이런 상황이 사고의 차이를 부채질한다.
결국 이 문제는 결자해지 양상으로 갔다. 한국 시간으로 2월21일 오전 이강인이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올리고 사과했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을 직접 만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대표팀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일일이 연락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손흥민도 곧바로 이강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인 SNS에 올리며 후배의 사과를 껴안았다. 선수들끼리 일단 갈등을 봉합하며 상처를 어루만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대표팀 내에 권위적 문화가 있는지, 자기중심적 문화가 만연하진 않은지 살폈어야 했다. 이를 통해 대표팀 운영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면 새로운 규율을 제시해야 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통과 팀워크 문제를 언제까지 선수들 스스로 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것이 새로운 감독 선임으로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분위기다. 카리스마 있는 감독 한 명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문제였다면 지난 10년 사이 대표팀을 오간 7명의 감독 중 누군가는 이미 종결지었을 갈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