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풀백들이 각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약속이나 한 듯 밀려 있는 것이 김 감독을 골치아프게 한다. 김 감독이 중용해 온 선수는 이유현(전북), 강윤성(제주), 김진야(서울) 등이었다. K리그가 팀당 14~18경기 진행됐는데, 선발 출장 횟수만 감안하면 이유현과 김진야는 4경기, 강윤성은 3경기에 그쳤다. 김 감독이 와일드카드 후보로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강상우(포항) 카드를 만지작거릴 만했다.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 김태환(수원삼성)도 소집됐는데, 좋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다행이지만 주로 스리백에서 측면수비수로 뛰었지 포백의 풀백으로 보일 기량은 미지수다.
유일하게 K리그에서 준주전급으로 활약 중인 풀백이 설영우다. 설영우는 현재 선두인 울산현대에서 10경기 선발(9경기 풀타임), 4경기 교체로 출장해 1골을 기록했다. 주로 포백을 쓰는 울산에서 풀백을 맡고 있으며,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데 왼쪽이 좀 더 편하다. 김 감독의 고민거리인 레프트백 포지션에 딱 맞는 선수다.
설영우는 김 감독이 선호해 온 선수는 아니었다.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지만 어느 연령대에서도 주전은 아니었다. 김 감독 아래서 공식전 출전은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U23 친선대회에서 1경기를 소화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으로 올수록 소집 훈련에 자주 선발됐다.
지난해 울산의 U22 카드로 급부상하면서 주목 받은 설영우는 더 어렸을 때 윙어에 가까운 선수였다. 지난해까지도 풀백뿐 아니라 윙어를 소화하는 경기가 잦았다. 전문 수비수는 아니었다. 이번 시즌에는 U22 규정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력으로 1위팀의 주전급 풀백으로 자리잡았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팀 김학범의 기존 풀백들은 컨디션이 떨어졌지만, 설영우는 측면 수비수로서 완성도가 높아져가고 있다. 지난해 올림픽대표 소속으로 이집트 친선대회를 소화했고, 울산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에 기여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국제경험도 쌓았다.
소집훈련에서 설영우가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풀백 자리에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아도 된다. 원래 김 감독이 구상했던 중앙 수비 등 다른 포지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와일드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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