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은 악재 속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주전들의 부상 공백이 너무 큽니다. 조재완, 이범수 등 기존 부상자에, 고무열과 임채민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라운드 김병수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대원과 김동현까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고 합니다. 팀은 거의 한 달째 승리하지 못하면서 현재 순위는 승점 14점으로 9위. 10위 인천과는 승점이 같고 11위 수원 FC와는 1점차. 현재 최하위 광주도 13점이지만, 광주는 1경기를 덜 치른 상태입니다. 까딱하다가는 강원이 최하위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강원은 최근 5경기에서 2무 3패를 거뒀습니다. 수원 FC, 광주, 인천에게 패한 것은 큰 타격이지만, 그나마 2무를 거둔 상대가 전북과 포항이라는 점이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경기였던 포항전은 위에 언급된 부상 선수들 없이 얻어낸 승점 1점이었습니다.
다가올 주중 경기에 앞서, 저는 강원이 고무열과 임채민의 공백을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코어 라인의 최전방과 최후방 핵심 자원들이니만큼 전력 약화는 피할 수 없었을 텐데, 포항전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기력에서 그다지 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신기했습니다. 이번 글은 지난 주말, 강원과 포항의 1:1 무승부 경기에서 강원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살펴보고 작성했습니다.
지난 경기의 전술적 특징
“그렇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것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연승은 거의 못했지만 그래도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선수들이 인지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전 선수들을 잃었지만, 의외로 강원의 콘셉트에는 극적인 변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숏 패스 빌드업을 포기하지 않았죠. 특히 전반전 초반의 양상이 그 선택을 잘 보여줬습니다. 포항이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동안, 강원은 공을 멀리 차내는 것보다 짧은 패스로 압박을 풀어나와 전진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신장이 크지 않은 최전방의 실라지 영향도 있었겠지만, 병수볼이라는 팀컬러에 걸맞은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수비를 리딩해줄 임채민의 공백은 김영빈이 메웠습니다. 풀백 윤석영과 신세계의 측면 스토퍼 기용은 이전에도 종종 활용했었기 때문에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최전방에는 고무열 대신 실라지가 뛰었습니다. 고무열과 실라지에게 부여된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지, 두 선수의 스타일에 따라 어떤 퍼포먼스를 더 자주 보여주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입니다. 고무열은 역습 전개시 중앙에서 공을 받아주면서도, 팀이 파이널 서드에 진입한 순간에는 침투를 활발하게 시도합니다. 공을 가진 동료가 제때 고무열에게 패스를 시도하지 못하더라도, 고무열의 움직임에 수비수가 딸려나가며 중앙에 공간을 만듭니다. 그에 비해 실라지는 10번 롤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기술적인 능력으로 공을 지키며 수비를 끌어오고, 동료가 침투할 시간을 벌어줍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킬러 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보여준 모습은 달랐지만, 결국 수비를 끌어내어 동료들이 활용할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결과물이 유사합니다.
수비 시 강원의 콘셉트는 5-2-3과 5-3-2를 오가는 지역 방어에 가까웠습니다. 평소보다 전방 압박 시도가 덜했던 점이 그나마 지난 강원의 모습과 다른 점이었습니다. 실라지의 활동량이나, 후방의 불안정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완전히 낯선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시즌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강원은 비슷한 형태의 수비 방식을 선택한 바 있습니다. (참고 자료: 야, 축구는 결과야!: 7R 강원 FC전 리뷰)
상대가 하프 라인을 넘어 강원 진영에 진입할 때까지, 강원은 1 · 2선의 다섯 명이 오각형 형태로 중앙 공간을 지켰습니다. 중앙에서의 수적 우위를 유지하며 상대가 중앙으로의 공격 전개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결국 상대가 측면으로 공을 전개하면, 그 때 1선의 윙포워드가 상대 측면 선수를 따라 2선까지 내려오며 측면 공격을 막는 방식의 매커니즘입니다.
이 때 반대편 윙포워드의 움직임이 특징적이었습니다. 공 근처의 윙포워드가 2선 위치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상대 공격이 2선 위치, 즉 디펜시브 서드 근처까지 진입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반대편 윙포워드는 딱히 낮은 지역으로 뛰어내려오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라지와 동일 선상에 머무르는 모습이었습니다(5-3-2 형태). 이는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포기해야 했던 대신, 낮은 지역에서 출발하는 역습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강원이 수비를 성공하면, 실라지는 내려와 공을 받아주고, 윙포워드는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려 침투하는 형태의 역습이 자주 전개되었습니다.
공략 포인트
강원이 같은 전략과 형태로 다음 경기에 임한다면, 울산이 공략할 수 있는 지점은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윙포워드의 뒷공간으로 보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크베시치가 기록했던 포항의 동점골도 이 공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수비에 가담하는 윙포워드가 낮은 지역으로 내려오긴 하지만, 그 움직임의 방향은 중앙보다 터치라인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터치라인 근처의 윙포워드와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의 두 2선 미드필더들도 한쪽 측면으로 쏠릴 때가 많았습니다. 이 때, 중앙 미드필더가 커버하지 못한 반대편 공간을 향해 크로스나 방향 전환 패스가 시도된다면 강원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원이 다음 경기에도 이와 같은 약점을 노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경기에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이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병수 감독은 정지용과 신창무를 빼고, 마사와 황문기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습니다. 양 측면에 공격수를 두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마사와 실라지가 최전방에 서고, 황문기가 투입된 2선은 역삼각형 중원을 구성하는 모양새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전방의 한 명을 한 칸 아래로 내린 만큼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탬과 동시에, 수비 시에도 세 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의 공간을 더 넓게 커버하게 하는 선택이었습니다. 전반전에 비해 측면 수비의 타이밍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강원은 이 수비 형태로 추가 실점 없이 남은 45분을 마쳤습니다.
또 한 가지 강원의 변수를 꼽자면, 역시 김영빈의 경고 누적 결장일 것입니다. 아마 아슐마토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 아슐마토프는 울산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고전했습니다. 이동준이 임채민의 퇴장을 이끌어냈던 장면도 아슐마토프의 실수에서 시작된 장면이었죠. 강원 팬들조차 아슐마토프에게 확고한 신뢰를 보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격수들의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아슐마토프가 이끌어야 하는 수비 라인에 불안을 안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강원도 이를 알고 위험 상황을 예방하려 하겠죠. 중앙 미드필더들이 낮은 위치에서 수비 라인을 보호하려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울산의 미드필더들이 중거리 슛을 자주 시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 리뷰 예고
강원 FC전 하프 타임 리뷰 (강원전 전반전 종료 ~ 후반전 시작 직전까지 업로드 예정)
수원 삼성 프리퀄리뷰 (5월 15일 토요일 오전 중 업로드 예정)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