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골대 앞, 한 청년이 휠체어에 앉아 초록빛 그라운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 힘차게 날아올라 제주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던 유연수입니다.
앞날이 창창하던 스물다섯 유연수의 축구 인생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크게 다쳤고, 결국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젠 부모님의 도움없이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됐습니다.
[유연수 : "소, 대변도 그렇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축구를 못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나 음주운전 가해자는 아직 그 어떤 사과도 없었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유연수/제주 : "자기는 감옥갔다 나온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한 가정을 파탄을 내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한다는 말이…."]
골키퍼 장갑을 다시는 낄 수 없다는 믿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진 1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다시 (장갑을) 낄 날이 올까도 싶고... 장갑을 끼고 공을 잡을 수 있을까도 싶고…."]
동료들의 눈물 섞인 배웅 속에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 유연수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유연수 : "탁구장이 있어서 해보니깐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꼭 열심히 해서 패럴림픽 도전해보겠습니다."]
제 2의 인생 출발을 앞둔 유연수는 내일 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갖고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합니다.
https://n.news.naver.com/sports/kfootball/article/056/00116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