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계약 기간은 의미가 없다. 물론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울 수 있지만 반대로 없을 수도 있다. 그저 더 여유있게 장기 플랜을 세우면서 팀을 점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감독들에 대해 좋지 않은 부분에만 부각되는 느낌인데, 감독이 좋을 때 혹은 잘하고 있을 땐 보장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직서는 늘 주머니 속에 있다. 그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 감독의 말이다. 정리하자면, 감독으로서 넉넉한 시간을 받은 건 분명 기쁜 일이긴 하지만, 이 계약 기간이 지켜질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당장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심지어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성과를 낸 지도자라고 할 지라도 당장의 성과가 좋지 못하면 비난의 중심에 선다.
울산처럼 늘 우승을 노리는 팀의 사령탑은 조금만 무승이 길어져도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박수 받고 떠나는 지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외려 고개 숙여 죄송하다며 쓸쓸히 짐을 싸는 이들이 더 많다. 홍 감독도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 홍 감독 개인의 처지에서 볼 때, 박수 받고 떠날 타이밍은 지난해 말이었다. 울산 팬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트로피를 안겼었다. 당시에도 홍 감독이 떠날 수 있다는 추측이 꽤나 많았었다. 박수 받을 때 떠나려면 그처럼 정상에서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은 울산과 동행을 선택했고, 이번에는 더 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동계 훈련 때 홍 감독은 "작년에 우승한 거 누가 기억해? 어제 내린 눈이야. 보이지도 않아"라고 자세가 흐트러졌던 선수들을 질타했다. 토털풋볼의 창시자이자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 명장인 리누스 미헐스 감독의 이 명언으로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다 잡았지만, 홍 감독은 이 말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임을 잘 알고 있다. "주머니 속에 늘 사직서가 있다"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그 사직서를 꺼내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울산의 고공 비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걸 홍 감독은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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