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과 마주한 자리에서 김영권은 단숨에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싶어했다. 15년을 알고 지내 온 스승과 제자는 모처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홍명보 감독 역시 울산의 사령탑의 입장이 아닌, 긴 시간 동고동락한 제자이자 축구 후배를 위한 생각을 털어놨다.
홍명보 감독은 "어느 누구도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을 거다. 다만 지금 하려는 선택이 선수 생활 이후 너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으로 향하면 큰 돈은 거머쥘 수 있지만, 선수 생활의 마지막 챕터를 쓰고 있는 김영권에겐 그 이후 펼칠 축구 인생에는 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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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잔류 여부를 넘어 축구 인생에 대한 깊은 대담을 1시간 넘게 마친 뒤 김영권은 UAE로 가지 않고 울산과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홍명보 감독은 제자 앞에서 다 표현 못했지만 큰 고마움과 감동을 안았다. 박용우에 이어 김영권마저 떠났다면 지난 2년 반 동안 울산에서 쌓아 올린 것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살면서 영권이한테 빚을 지게 될 지 몰랐다. 앞으로 뭘로 갚아줘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21일 열린 K리그1 24라운드. 울산은 돌아온 이동경이 1골 1도움 맹활약을 하며 제주에 2-1로 승리, 연패에서 탈출했다. 김영권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수비라인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서 치른 리그 100번째 경기에서 거둔 61번째 승리였다. 뜻 깊은 승리의 뒤에는 팀과 감독을 위한 신뢰를 지켜간 김영권의 선택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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