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저울톡을 들었습니다. 문수치타안티 님의 비판 부분도 물론 들었습니다. 그럼수고 님께서 제 닉네임을 언급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 방송에 출연해서 반론도르는 못했지만 그래도 간단하게나마 김태환의 공격력 저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환의 공격력 문제에 대해 오늘 게재된 이동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동준이 더 공격적으로 뛰는 대신, 김태환은 그 밑에서 조금 더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능하다면 그 인터뷰 내용에 조금 더 설득력을 더해보려 합니다.
김태환은 울산에서 오른쪽 풀백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지난 시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김태환은 조금 다른 느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울산 공격의 핵심 루트라고 해도 손색 없었던 김태환의 오버래핑과 크로스가 이번 시즌에는 왜 자주 보이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측면에서 함께 뛰는 파트너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김태환은 이청용과 함께 우측면을 책임졌습니다.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과 중앙, 2선과 3선을 오가며 공격을 풀어나가면, 김태환이 그에 맞춰 전진하며 윙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플레이메이커 이청용과 윙어 김태환 같은 모습이었죠.
그러나 이번 시즌 김태환은 이청용이 아닌, 이동준과 함께 오른쪽 측면 지역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청용과 이동준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죠. 움직임의 방향도, 움직임의 목적도 다릅니다. 이청용이 2~3선 지역을 아우르며 상대를 끌어내고 팀 공격을 조율한다면, 이동준은 1선을 향해 뛰어들어가며 공격 마무리를 시도합니다. 따라서 그와 함께 뛰는 김태환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른쪽 윙어가 바뀐 만큼, 그리고 사령탑이 바뀐 만큼, 울산의 전술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김도훈 감독의 울산과 홍명보 감독의 울산은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격에서 역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울산은 지난 5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5골은 프리킥, 코너킥, 페널티킥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5골 중 4골이 역습 상황이었죠.
김지현과 힌터제어의 부상으로 전문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에는 더더욱, 지공보다 역습을 주요 공격 루트로 활용해야 했습니다. 높이에 강점이 있는 공격 조합을 꾸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책으로, 울산은 이동준과 김인성의 속도를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상대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기 전에, 상대가 수비 블록을 완성하기 전에, 공을 빠르게 전방으로 운반하고, 공간을 향해 파고들고, 슛을 결정짓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김태환에게 기대하는 풀백의 오버래핑 장면은 보통 지공 상황에서 만들어집니다. 상대가 수비 형태를 이미 어느 정도 갖추었을 때, 그 수비 블록을 흔들기 위해 풀백을 전진시킵니다. '수비 성공 -> 역습 전개 -> 상대의 지연으로 인한 역습 실패 -> 볼 소유권 지속'의 단계를 거친 이후에나 풀백의 전진이 이루어지는 거죠. 거기다 오른쪽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한다는 전제조건까지 완성시켜야, 우리는 김태환의 오버래핑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어느 방식의 공격이 더 효과적일 것인가? 하는 판단의 영향 또한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 울산의 최전방엔 늘 주니오 혹은 비욘 존슨이 있었습니다. 김태환이 특유의 크로스를 붙여줬을 때, 상대 센터백과 경합할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가 항상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울산은 부상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오른쪽 측면 깊은 곳에서 공을 받은 김태환이 크로스를 시도한다면, 중앙의 이동준, 김인성, 윤빛가람, 이청용 등이 상대 센터백과 헤더 경합을 해야 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크로스를 시도하지 않고, 공을 다시 뒤로 물린다면 어떨까요? 상대 수비가 최후방 라인을 끌어올려, 이동준과 김인성이 침투할 공간이 생길 수 있겠죠. 만약 상대 수비가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윤빛가람의 중거리 슛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선택지들 중에 어느 방식이 가장 골과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김태환의 오버래핑과 크로스는 여전히 울산의 위력적인 무기입니다. 단지 현재 스쿼드가 완전치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김지현과 힌터제어도 곧 정상화될 수 있겠죠. 그리고 울산을 상대로 버스를 세우는 팀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즈음에, 우리는 지난 시즌 볼 수 있었던 김태환의 위력적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