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일 감독의 제주는 역시 전방 압박을 굉장히 강하게 구사하는 팀임. 전반전 초반부터 무려 30여 분까지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했음.
울산은 후방 자원들도 빌드업을 잘하는 축에 들지만, 아무리 볼 컨트롤을 잘하는 선수들도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불안 요소였음.
그리고 그 실수를 피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하게 되면서 템포가 죽고, 시원시원한 공격 전개가 잘 나오지 못했음.
제주는 압박에 성공해 볼을 끊어내면 다이렉트 패스로 전진하고, 패스를 준 선수가 곧바로 다시 한번 전방을 향해 뛰어가는 등,
최대한 많은 수를 앞쪽으로 끌어올리는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음.
심지어 울산이 공을 하프 라인 너머로 걷어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주 선수들은 내려가기보다 오승훈이 다시 한번 전방으로 투입해줄 것을 믿고 4명이나 최전방에 일렬로 달려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도 있었음.
공격 마무리 장면에서도, 중거리 슛도 망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울산의 수비 라인을 위협하는 중임.
울산은 제주의 활동량에 밀려 템포를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 그리고 템포를 늦추다 상대에게 둘러싸이고, 좁은 공간에서 공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며 공격이 끊기고 재역습을 맞는 상황의 연속이었음.
전반 중반이 지나도록 울산의 슛 시도가 없었던 것은 이런 탓이었다고 봄.
그리고 오늘 윤빛가람이 조금 실수가 많은 것 같음.
체력적인 문제로 보이는데, 발이 무거운 탓인지 한 발짝 차이로 패스를 못 받은 장면이 벌써 몇 번 나왔음.
그리고 그 장면들은 대부분 제주의 역습으로 이어졌음.
그래도 울산의 좋았던 점을 꼽으면, 두 가지였음. 힌터제어와 김민준.
힌터제어는 생각 이상으로 활발히 뛰어주고 있음.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주기도 하고, 골키퍼에게 흐르는 공을 쫓아 끝까지 압박해주는 모습도 좋았음.
막판의 헤더 찬스 두 번 정도를 놓친 건 아쉬웠지만, 첫 선발 출전이니 곧 적응하길 기대함.
김민준은 오늘 몸이 상당히 가벼운 듯. 이대로라면 후반전을 더 뛰어도 될 것 같음. 벌써 피파울을 두 번이나 만들어냈음.
제주는 앞쪽에 무게를 싣고 있음. 울산의 역습 패스가 하프 라인만 넘을 수 있으면, 제주의 후방 자원들은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음.
김민준은 공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왔을 때, 제주 후방 자원들의 불안함을 잘 이용해 영리한 반칙들을 이끌어내고 있음.
제주가 꽤 긴 시간 전방 압박을 유지했던 만큼, 후반 어느 시점에서는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함.
울산이 노려야 할 승부처는 그 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