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임형철 해설이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해설을 참 잘하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거의 대부분 해설로 나왔어요.
이거 이야기 해야지, 하는데 그 이야기를 이미 해설로 언급하셔서 경기 보는 내내 동공지진;;
그래도 간단히 정리하는 의미에서 써보겠습니다.
전반전에 대한 첫 감상은, 역시 개인 기술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였음.
선수 개개인의 기술 수준이 높으면 아무래도 팀 전체의 위력도 올라가지.
좁은 지역에서도 볼을 안정적으로 다룰 줄 아는 선수들이 팀에 즐비하다면, 상대가 전술적인 수비로 막아내는 것도 힘겨워짐.
뭐, 다 포기하고 수비만 하겠다는 자세로 나온다면야 모르겠지만, 그랬다간 수비 이후에 공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음.
물론 울산도 그 정도로 극단적인 수비 형태를 보여주고 있진 않고.
오늘 경기에서 울산의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힌터제어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음.
이게 선수의 스타일인지 아니면 부족한 경기 감각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오늘 힌터제어가 보여준 활동 범위는 그렇게 넓지 않았음.
이게 무슨 문제를 일으키냐면, 임형철 해설이 언급했던 대로, 최후방과 최전방 사이의 중앙 연결 고리가 부족해짐.
이건 후니볼에서도 보였던 단점인데, 후방 빌드업을 할 때 3-1-4-2 같은 형태가 되는 거임.
원두재가 내려와 백쓰리를 만들고, 신진호가 그 앞에서 빌드업을 도움. 풀백들은 높이 올라가 왼쪽 끝과 오른쪽 끝에 섬.
공미 혹은 중미로 나온 윤빛가람은 전방에 머무르는 편.
그래서 중앙에 미드필더들이
윤빛가람
신진호
원두재
이렇게 세로로 서는 모습이 됨.
특히 주니오가 지치는 후반전에 이런 모습이 많이 보였었음.
그리고 그 때마다 우리는 공격 답답하다고 이야기했었고.
상대 입장에서는 수비하기 쉬워짐.
울산이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려 할 때, 울산의 공격 루트는 딱 세 개밖에 없기 때문임: 왼쪽 풀백, 오른쪽 풀백, 그리고 중앙의 신진호.
루트 3개? 그 정도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사실 그 순간 울산은 중앙으로 공격할 수 없는 상태가 됨.
중앙에 미드필더 한 명만 놓는 팀은 없기 때문임. 중앙의 신진호는 두 명의 미드필더에게 둘러싸이지.
결국 울산은 중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측면으로 공을 보내는데,
이게 울산이 그 루트를 선택하는 건지, 아니면 그 루트 밖에 없는 건지는... 흠....
어쨌든 이제 울산의 공격루트는 딱 2가지: 왼쪽 측면 아니면 오른쪽 측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막기 겁나 쉽지. 측면으로 전개될 때마다 볼 따라 움직이면서 간격 좁히면 전진 자체를 못하는데.
리그 경기에서는 울산이 상대적 강팀이니까,
한두 명 정도 빌드업에 참여하지 않고 최전방에 머물러도 경기가 어떻게든 돌아갔음.
그러나 클월은 이야기가 다르지. 상대는 우리보다 약팀이 아님.
한두 명이 덜 뛰어버리면 팀 전체가 주도권을 유지할 수가 없음.
힌터제어의 문제는 수비 상황에서도 나옴.
실점상황. 힌터제어가 뜬금없이 튀어나가 압박을 했고, 쉽게 돌파당하는 장면이 시작이었음.
팀 전체가 4-2-4 형태를 유지해야 상대의 중앙 돌파를 막아낼 텐데,
갑자기 한 명이 사라져버리니 그 빈 공간을 누군가는 나와서 막아서야 함.
원두재가 앞으로 나오면서 3선과 2선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고,
튀어나갔던 힌터제어는 빠르게 복귀를 안하니 다른 포지션 선수들도 자기 마크맨 버리고 그 공간을 커버하러 갈 수 없음.
중앙에서 동수 상황이 되니까 2대1패스로 원두재가 비운 공간 침투당하고.
뭐, 거기에 알두하일은 개개인의 기술까지 좋으니 그런 장면을 놓치지 않지.
여러모로 답답한 경기였음.
오, 김지현 나오네. 홍명보 감독도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