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남기네요. 그동안 가끔씩 소소한 소식을 전달드리고는 했었는데 코스타 선수 이적을 마지막으로 이적시장이 종료되면서 함께 공유할 소식이 많지않은 것 같아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은 채 꾸준히 눈팅만 하고 있었어요.
사실 오늘도 특별히 전해드릴 소식이 있는거는 아니지만 어제 경기 극장승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가만히 있기에는 몸이 근질거리는거 같아 제가 느낀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다른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불쑥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어느순간부터 저도 울티에 들어와 울산을 사랑하는 우리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삶의 낙 중 일부가 된 거 같아요. (혹시 무슨 소식이 있을까하여 들어오셨다면 죄송해요.)
ACL 죽음의 조에서 아시아 최강팀 중 한 팀인 가와사키에 1승1무를 거두고도 너무나 안타깝게 탈락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펼친 첫 K리그 경기에서 수원에 패배하면서 많은 분들이 조금의 불안감을 느끼셨을거라고 생각해요.
혹시나 핑계로 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지냈던 지난 3주간 선수단의 훈련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다고 들었어요. 덥고 습한 날씨 환경이야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고 홈팀이 환경적응에 대한 유리함을 가져가는 것은 원정팀으로서 감안해야 하는 지극하게도 당연한 일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적어도 선수들이 최선의 환경에서 훈련을 하고 최선의 환경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준비는 해줘야하는게 맞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호텔에서 훈련장까지의 거리도 멀고 무엇보다 그렇게 도착한 훈련장의 잔디상태가 정상적인 훈련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었다고해요. 이동거리가 길다보니 선수들은 훈련전부터 지치고 그렇게 도착한 운동장의 잔디상태로 인해 선수들이 같은 시간 훈련을 했을 때 느낀 피로감이 정상적인 훈련의 2배 이상이었다고 하고요. 해외에서 많은 ACL 경기를 펼쳤고 작년에도 동남아에서 ACL 예선을 진행했지만 이렇게까지 불리한 환경에서 시합을 준비한 적이 있었을까 싶었어요. 언론을 통해 경기결과만을 접하는 우리들은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겠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 끝까지 정신력으로 버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차마 쓴소리를 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더 하자니 핑계가 될 것 같으니 이쯤에서 ACL 이야기는 마무리 하고 더 걱정되는 것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선수들의 몸 상태였어요. 개인적으로 ACL을 마치고 온 팀들에게는 다음 경기가 홈 경기로 배정되는 배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일정상 우리는 수원-강원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원정 2연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5월2일 새벽에 한국으로 돌아와 울산으로 이동하고 또 다시 수원으로 이동 해 원정경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정상적인 몸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었어요. 울며 겨자먹기로 정말 힘들게 준비한 수원전에서 (울산팬 입장에서는)조금은 아쉬운 판정으로 전반부터 퇴장이 나오면서 10명이 경기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행히 강원전에서 승리 하기는 했지만 그 또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우리팀이 이제는 정말 강팀이고 정말 많이 변했구나 라고 느낀거는 사실 인천-제주로 이어지는 홈 2연전이었어요. 인천이 잘 준비한 것도 있겠지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2골을 먼저 실점 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항상 잘 이겨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고 마는 지난 몇 년동안의 우리 울산의 모습이 떠오르며 저 부터도 더 이상은 쉽지 않겠다라는 마음을 알게 모르게 가지게 되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후반전 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과연 그동안 내가 알던 울산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모습이었어요. 적어도 축알못인 제가 보기에는 지고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선수들간의 믿음과 투지가 화면을 뚫고 나왔다고 표현하는게 맞을거같아요. 오히려 상대팀 골키퍼의 선방으로 이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이어지는 어제 제주전에서도 다시 한 번 우리팀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던거 같아요. 경기를 압도적으로 주도하면서도 골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 선수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초조함과 불안함이 아닌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와 원 팀 정신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골이 들어갔을 때 골을 넣은 선수 뿐만 아니라 골을 넣지 않은 선수들, 그리고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까지 하나가 되어 호흡하는 선수들을 보며 가슴속에 울컥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던 하루였어요.
축구에서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는 이기는 팀이 강팀이다." "강팀의 조건은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는 이기는거다." 라는 말이 있어요.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할까요? 그것은 마지막에 경기결과를 바꾸어낼 수 있는 능력이 선수들간의 믿음과 신뢰로 구축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지금은 지고 있지만 결국은 지지 않을거라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고 비기고 있지만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신뢰, 원팀 정신이야 말로 승리의 원동력이 될테니까요.
솔직히 그동안 울산을 응원하면서도 타팀이 부러웠던 적이 많았어요. 질 경기를 지지않는 능력, 이길 수 없는 경기를 이겨내는 힘을 보면서 속으로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할까 울분을 삼킨적도 많았는데 이제는 우리팀이 진정한 '강팀'이라고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그리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 많은 팀 중에서 제가 '울산'의 팬이라는 것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물론 아직 리그가 끝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당장 눈앞에 김천-진주-수원으로 이어지는 힘든 3연속 원정이 남아있지만 우리 선수들이 지금처럼만 서로 원팀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면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우리는 리그 내 그 어느팀보다 강한 '강팀'이니까요. 갑자기 울뽕(이라고 하죠?)이 차올라서 글을 남겼는데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다들 같은 마음이실거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선수 선발관련하여 가끔씩 팬분들이 궁금해하거나 의문을 가지는 부분이 있으신거 같은데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부상, 기타 외적인 요인등 우리가 자세히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는거 같아요. 저도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지 못하고 또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거는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최고의 경기력과 최고의 결과를 가지고 오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되어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에요. 점점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있는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또한 '울산'의 일원이 되어 함께 서로를 믿고 응원하는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