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1시30분 킥오프됐다. 지상파TV의 중계가 잡혀 30분 앞당겨졌다. 솔직히 홍명보 울산 감독은 많이 망설였다. 노출을 최대한 늘리고 싶은 K리그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선수단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킥오프 시간 조정을 놓고 논의가 이뤄진 시점은 ACL이 한창일 때였다.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기후와 상상 이상의 홈 텃세에 시달린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홍 감독은 기존 시간을 유지하고 싶었다. 30분 조정은 기상, 식사, 이동 등 모든 일과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울산은 귀국 후 휴식 없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2연전을 모두 원정으로 치를 처지였다. 울산 구성원들은 “정말 잔인한 스케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시간 변경 허용’이란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모든 것을 잡았다. 지친 상태에서도 역전승과 강원 상대 20경기 무패(16승4무), 선두 독주, 상승세 전환까지 풍성한 결실을 맺으며 활짝 웃었다. 정상궤도에 재진입한 울산은 지상최대 과제로 삼은 17년만의 리그 타이틀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https://sports.donga.com/article/all/20220509/1132976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