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그림 출처: https://lettredecoicoi.blogspot.com/2019/03/blog-post.html )
사용한 카메라는 마이크로 포서드 (Micro Four Thirds) 규격입니다.
마포는 소위 '크롭'된 카메라 체계가 아닌 고로 마포의 화각은 마포에만 그대로 대입해서 쓰는 게 원칙이나, 렌즈의 이종교배 및 타 시스템에서의 계산을 위해 35mm 필름 규격 (일명 '풀 프레임' 또는 '풀 사이즈')에 억지로 대입할 경우 크롭 상수 (Crop factor)는 약 2.0이 나옵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렌즈를 고를 때에는 '렌즈의 원래 초점거리 × 2.0 (= 35mm 필름에 대응하는 초점거리) ÷ 사용할 카메라의 크롭 상수'로 계산하면 되며, 이 글에서는 '원래 초점거리 (35mm 필름에 대응하는 초점거리)'의 형식으로 함께 기재합니다.
아래 사진들은 3/15 포트FC전 직관기를 겸합니다.
초점거리 14mm (28mm). 일반적으로 카메라에 끼워주는 표준화각의 번들 줌렌즈나 여행용 수퍼줌렌즈의 최대 광각입니다.
초점거리 42mm (84~85mm). 일반적으로 카메라에 끼워주는 표준화각의 번들 줌렌즈의 최대 망원입니다.
초점거리 75mm (150mm).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망원렌즈라고 부를 수 있게 됩니다.
초점거리 100mm (200mm). 카메라 좀 찍어봤다 하는 울티 회원들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화각입니다. 카메라 본체의 능력 (해상도, 노이즈, 셔터속도, 연사속도 등)이 뒷받침되어서 원하는 부분만 잘라도 제대로 나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자는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지만요. (필자의 초망원 렌즈의 최대 광각단이기도 함)
여기서부터는 찍는 방향을 다르게 해 봅시다.
150mm (300mm). 렌즈 제조사에 따라 기준이 다르지만 보통 이 화각을 넘어서면 초망원이라고 부릅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여행용 수퍼줌렌즈의 최대 망원 초점거리이기도 함) 찍는 사람과 찍는 기계의 변수를 고려하였을 때 필자가 권장하는 화각입니다.
약 200mm (약 390~400mm). 아까보다 조현우 선수의 키가 커진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150mm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코너에 있었지만 약 200mm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페널티 에어리어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확대되는 배율은 더 큽니다.
300mm (600mm). '바로 앞에서 조현우를 찍은 것같은데 왠지 주변이 다 잘린 느낌'의 사진입니다. 초점거리가 매우 길어졌기 때문에 화각이 '멀어서' 조현우 선수가 코앞에 있는 것처럼 크게 나왔지만, 역시 초점거리가 매우 길어졌기 때문에 화각이 '좁아서' 카메라에 담기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피사체가 같은 크기로 나오도록 찍었을 때 망원단으로 갈수록 주변이 더 좁게 찍힙니다) 방송을 직접 찍는 느낌을 원하거나, 특정 선수/코치의 사생팬이라서 몹쓸 짓 대신 건전한 대체재로 사진을 고이 간직하는 데 좋습니다. (필자의 초망원 렌즈의 최대 망원단이기도 함)
100mm와 300mm로 심판들이 준비운동하는 비디오도 찍었는데, 유튜브 이외의 동영상 호스팅 추천해주면 거기다가 올려서 공유해보겠습니다.
100mm (200mm)에서 셔터속도 1/400초. 찍힌 포즈가 우스꽝스러워서 잘 살리고 싶은데 찍힌 구도가 거시기합니다.
다행히도 이 카메라의 화질이 좋아 (5184×3888 = 2015만 화소 이상!) 사진을 그대로 폰에서 한큐에 보거나 컴퓨터 바탕화면 배경으로 쓸 수 있도록 16:9 비율로 오려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초점도 똑바로 맞았고, 셔터속도도 충분해서 중앙 피사체의 흔들림도 거의 없으니 원하는 화질만큼을 살리면서 사진을 오릴 수 있었습니다.
300mm (600mm)에서 셔터속도 1/400초. 쿰척쿰척겅중겅중 뛰는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바코의 몸과 공은 전반적으로 양호하게 찍혔지만, 오른쪽 발은 공을 차기 위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흔들리거나 번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사진에 한정하면 장점도 단점도 둘 다 될 수 있는데, 장점은 발의 역동성과 속도감이 더 생생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어쨌든 셔터속도를 더 빠르게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이 완전히 깨끗하지는 않게 보이는 것입니다.
150mm (300mm)에서 셔터속도 1/400초. 레오가 또다시 촐랑거리면서 페널티킥을 넣을 때 연사로 찍은 사진 중 하나입니다만, 이 사진에 한정하면 완벽한 실패입니다. 레오를 따라가다가 공을 따라가는 과정이었는데, 사진에 흔들림이 없으려면 셔터속도를 더욱 빠르게 (약 1/1000~1/2000초 이상) 확보하고 공의 움직임을 더욱 부드럽고 정확하게 따라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연사한 사진 전부를 '활동 사진' (Motion picture)으로 보면 실패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진 속 흔들림은 정확히는 흔들림이 아니라 '잔상'이기 때문인데, 이걸 이어붙이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이러한 점을 응용해 만화영화 (애니메이션)에서는 일부러 잔상을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만화 나루토에서 사스케 작붕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처럼요.
이러나저러나 경기장 전체가 담긴 사진을 찍으려는 게 아니고,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명확히 담기 위한 화각은 35mm 필름 규격 기준으로 초점거리 150~300mm 정도가 좋다는 게 필자의 의견입니다. 축구에서만 쓸 게 아니고 다른 데에서도 쓸 거라면 그보다 더 초점거리가 길고 좁은 화각도 괜찮고요.
하지만 이런 렌즈는 저렴하지 않습니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