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 자원의 크랙 기질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단 K리그뿐만 아니라, 현대 축구 전반에서 보이는 흐름입니다.
수비 전술의 대세가 대인방어에서 지역방어로 넘어가면서, 모든 팀들이 중앙을 틀어막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앙에 모여있는 수비를 끌어내기 위해 측면 공격의 '위협'은 현대 축구에서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속된 말로, 중앙 지키려는 상대 선수들이 '쟤 막으러 측면으로 나가지 않으면 좆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다시 반대로 이야기하면, 측면 공격수는 상대 선수가 위협을 느낄 만큼 공격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 그 포지션 자체가 죽어버립니다.
공격적으로 뛰어난 모습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겠죠. 크로스가 미칠듯한 정확성을 보인다든지, 중거리를 때리면 때리는 대로 유효슛이 된다든지,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너무나 뛰어나서 한 순간 놓치면 골을 기록한다든지, 엄청난 속도를 가졌다든지, 드리블을 엄청 잘해서 한 명 내지 두 명은 가볍게 제쳐낸다든지.
그렇다면 김인성을 봅시다. 김인성에 가질 수 있는 대체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빠른데, 드리블이나 크로스, 결정력이 아쉽다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울산과 그 상대팀이 늘 보여주는 경기 흐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울산을 상대하는 팀들은 대체적으로 수비적인 태세를 취합니다. 이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쓰자면, 다른 팀을 상대할 때보다 좀 더 빠르게 수비 복귀를 한다는 소리입니다. 예를 들면 다른 팀을 상대할 때 '어? 이거 압박하면 뺏을 수 있겠는데?'라는 판단을 위해 수비 복귀를 유보하는 시간을 공 뺏긴 뒤 3~5초라고 둔다면, 울산을 상대로 할 때는 그 시간을 1~3초 정도로 줄인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그래서 울산은 경기 중에, 정말 정교하고 빠른 역습이 아니라면 역습 상황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역습 상황이라는 건, 상대 수비 복귀가 완료되기 전에 공격의 마무리 단계까지 이르는 스타일의 공격을 말하는데, 상대가 공 뺏기면 얼른 내려가 버리니까, 역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팀의 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인성의 스피드를 살릴 순간이 너무 적죠.
김인성의 드리블이 나쁜 게 아니냐, 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김인성도 수비수 한 명 정도를 제칠 드리블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난 정규리그 2번째 포항전, 후반전에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로 두 명을 속여버린 장면 기억하시나요? 김인성이 드리블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장면은 역습 상황의 장면이었고, 김인성의 드리블은 역습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이라는 점이죠.
지공 상황에서는 김인성의 드리블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공 상황에서 효과적인 드리블은 많은 방향 전환과 짧은 볼터치에 강점을 가진 스타일일 겁니다. 그러나 김인성의 드리블 스타일은 이에 강점을 가진 스타일은 아니죠. 게다가 상대의 측면 수비가 둘 이상 붙어버리기 때문에, 턴 오버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드리블 돌파가 효율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김인성의 공격 시작 지점도 김인성의 공격력에 족쇄를 걸고 있습니다. 울산의 왼쪽 풀백은 각각 아쉬운 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주호는 안정적이지만 속도와 반응속도 면에서 상대 윙어를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편이고, 홍철은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합니다. 특히 빠른 윙어를 상대할 때 불안함이 크죠. 게다가 울산은 내려선 수비를 구사하는 팀이라, 김인성의 수비 가담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러니 공격권을 가져와 진행되는 역습 상황에 김인성은 그 속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합니다. 후방 지역에서 열심히 달려나가지만, 상대 수비수들과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위협적인 위치에서 역습 상황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다른 팀의 윙어들을 살펴봅시다. 엄원상이나, 이동준 같은 선수들이 울산에 오면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김인성 정도 활약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들의 팀은 일반적으로 역습 위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팀들이고, 역습 상황에서 측면 자원들은 공격적인 플레이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상대 수비가 급하게 복귀하고 있는 상황, 속도에 자신이 있다면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떨어뜨리고 달려들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 수비 간격도 아직 벌어져 있기 때문에 드리블 돌파 시, 자신에게 붙는 수비가 한 명 이하일 때가 많습니다. 돌파한 뒤에도 중앙을 향해 달려들 수 있는 충분한 뒷공간도 있죠.
아마 김인성도 그런 환경을 가진 팀에 간다면 어마어마한 윙어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지지난 시즌, 지난 시즌을 거치면서 스피드 외에도 다른 부분에 장족의 발전을 이뤘으니 더더욱 그렇겠죠. 당장 황일수가 경남 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봐도, 팀의 리그 내 위상과 환경에 따라 윙어들의 활약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 현재 울산에서는 김인성을 절대 살릴 수 없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주요 수비 방식을 바꾼다면 훨씬 김인성의 장점을 많이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치밀하게 짜여진 전방 압박을 구사한다면, 상대가 공격을 위해 간격을 벌린 상황에서 높은 지역의 공격권을 얻어낼 수 있다면 김인성은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은, 수비 시 형태 변화도 고려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올시즌 종종 나왔던 장면인데요, 지역 방어 상황에서 수비 형태의 최전방에 김인성을 두는 겁니다. 물론 이 방법은 왼쪽의 수비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디테일한 조정이 필요한 방법이긴 합니다.
어쨌든 김인성은 우리 생각보다 나쁜 자원이 아닙니다. 특히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드는 윙어라고 생각합니다.
지공 상황에서 드리블로 수비 벽 뚫어내는 크랙은 현실적으로 K리그에 있기 힘들어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