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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믹스드존에서도 고개를 숙인 채 떠나는 전북 선수단을 차마 붙잡고 인터뷰를 하기에도 무리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전북 홍보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다. “오늘 박진섭은 2주 연속 도핑 테스트 선수로 뽑혔습니다.”
1년에 한 번 받기도 쉽지 않은 무작위 도핑 테스트를 두 경기 연속 걸린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라운드는 전북 홈 경기여서 박진섭이 늦게 퇴근해도 동선에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원정이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날 전북은 경기 후 이틀 간의 휴식이 부여됐다는 점이다. 선수단 중 전주로 내려가야 하는 선수들은 따로 선수단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집으로 향할 선수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수도권으로 향하는 선수들은 일요일 밤 그 귀하다는 KTX 승차권을 구하기가 신발 응모 당첨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기자 역시 밤새 KTX 어플리케이션을 새로고침 해 겨우 승차권을 구했다.
박진섭은 이틀의 휴식을 맞아 수도권으로 올라올 준비를 했고 어렵게 KTX 승차권도 구입했다. 하지만 또 다시 도핑 테스트 선수로 지목됐고 결국 경기 후 이 사실을 통보받고 KTX 승차권을 취소했다. 그리고는 도핑 테스트실에서 소변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난 라운드는 그래도 가까스로 승리를 했기에 분위기가 그나마 괜찮았지만 이날은 재역전패를 당한 가운데 도핑 테스트에 임해야 했다. 박진섭과 함께 안드리고도 남아 도핑 테스트에 임했다. 전북 구단 의무팀 직원이 남아 이들을 기다렸다. 경기장에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불이 다 꺼지고 선수들도 각자 해산한 상황에서도 도핑 테스트실만 불이 켜 있었다.
박진섭이 도핑 테스트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건 저녁 6시 반이었다. 3시에 경기를 시작했고 5시에 경기가 끝났는데 박진섭은 한 시간 반 동안 도핑 테스트에 임해야 했다. 도핑 테스트를 마치고 의무팀 직원과 함께 나오는 박진섭에게 “고생하셨다”고 하자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참 쉽지 않다”고 짧게 말했다. 2주 연속 도핑 테스트도 괴롭겠지만 믿을 수 없는 패배 이후 홀로 쓸쓸이 남아 이 시간을 곱씹어야 하는 게 그에게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KTX 승차권을 취소한 박진섭은 구단 의무팀 직원이 준비한 승합차를 타고 저녁 6시 40분경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주 연속 도핑 테스트는 '또핑 테스트'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