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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체격과 뛰어난 운동 신경, 긴 리치(팔 길이)와 순간 집중력까지. 축구 골키퍼로서 그가 갖춘 재능이 사격 선수로서도 제격이었다. 한때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날을 고대했던 유연수는 이젠 휠체어 위에서, 패럴림픽 '금빛 총알'을 쏘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20일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열린 '기초종목 하계 스포츠캠프'에서 만난 유연수는 "축구를 그만두고 사격이라는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2028년 LA 패럴림픽 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창창했던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2022년 팀 동료, 트레이너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음주 운전 차량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하반신마비 증상을 겪은 유연수는 휠체어에 몸을 맡기는 상황이 됐다. 결국 그는 그토록 좋아했던 축구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갑자기 찾아온 은퇴.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의 태도에 유연수는 한동안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심신이 무너진 그는 스포츠와 점점 멀어졌다. 유연수는 카페 바리스타나 편의점 운영, 재활 센터 운영 등 다양한 미래를 그려봤다고 한다. 그러나 스포츠만큼 그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일은 없었다. 병원에 있던 탁구대에 눈길이 갔던 그는 아버지와 탁구를 치면서 자신을 다시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유연수의 일화를 들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이 그를 찾아 장애인 스포츠를 권유했다. 유연수는 탁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으나,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정 회장은 사격을 추천했다. 이후 종목 체험을 위해 장성원 국가대표 감독이 있는 세종 사격장을 찾은 유연수는 소총에서 재능을 발견했다. 그렇게 유연수는 사격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스포츠로 다시 일어선 유연수는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줬다. 그는 "스포츠를 하면 몸도 건강해지지만, 대인 관계나 자신감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턱만 넘으면 넓은 세상이 있는데 그 한 발을 나오는 게 힘들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장애인도) 스포츠를 통해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