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감독은 축구대표팀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평가됐던 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실패한 뒤 한국 축구의 ‘역적’으로 낙인찍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이끌었던 성과도 국민들과 축구팬의 기억에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전부터 응원받지 못했다. 최종 명단 발표 때부터 ‘의리 축구’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홍 감독은 일명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렸던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출신들을 대거 발탁했다. 특히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우선이라는 스스로 정한 원칙까지 깨며 당시 아스널(잉글랜드)에서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박주영을 선발해 비판을 받았다.
응원받지 못한 홍명보호의 결말은 참혹했다. ‘원팀’을 강조했지만 정작 팬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던 홍 감독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시 협회는 월드컵 실패에도 2015년 1월 아시안컵까지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성공한 외국인 지도자도 히딩크 감독과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정도가 전부다. 히딩크 감독 이후 2003년 취임한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감독은 14개월, 이어 부임한 요하네스 본프레러(네덜란드) 감독도 14개월 만에 경질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의 임기도 8개월, 히딩크 사단이었던 고(故)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도 13개월 만에 한국을 떠났다.
홍 감독 선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월드컵 본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독이 든 성배를 들고만 홍 감독이 지금의 여론을 뒤집을 방법은 2년 뒤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이상의 결과를 만드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 한 축구인도 "이렇게까지 환영받지 못한 대표팀 감독이 또 있을까 싶다"며 "북중미월드컵의 결과로 그의 커리어가 끝날지, 계속 이어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