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문수경기장은 더욱 ‘화’로 가득했다.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의 대표팀 부임 소식에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야유를 보낸 뒤에 “축협의 개 MB”,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최악의 감독” 등 수위 높은 걸개로 비판을 이어갔고 “홍명보 나가” 단체 콜까지 이어졌다.
0-1로 패한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심각했다. 홍 감독이 선수단과 함께 경기장을 돌자 울산의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강하게 비판을 보내며 울분을 통했다.
부임 배경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으나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건 홍 감독의 ‘태도’였다.
인터뷰만 보면 팀을 떠나더라도 최대한 벤치에서 팀을 이끌고 싶다는 의미지만 실제는 달랐다.
홍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방관했다. 전술적인 지시는 코치들이 담당했고 홍 감독은 그저 벤치에 앉아 경기를 방관했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자주 지시를 하고 때로는 강한 제스처로 심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주말 경기도 지휘를 하고 싶다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다.
사실상 광주전은 홍 감독의 고별전으로 유력했다. 울산 입장에서도 새로운 감독을 찾은 건 아니지만 이미 팀을 떠나기로 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건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울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가 됐다. 시즌 중에, 그것도 우승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팀을 떠나기에 모두가 강조하는 ‘유종의 미’를 기대했다.
하지만 홍 감독에게 그런 모습은 없었다. 이미 자기 손을 떠났다고 판단해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는 ‘남’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