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 대표팀 선임 발표 후 무엇이 두려웠는지 뒤로 숨었던 홍 감독이 드디어 앞으로 나왔다. 모두의 눈과 귀가 홍 감독에게 쏠렸다. 도대체 왜? 10시간 만에 배신자가 됐는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개인적인 이유였다. 야욕이었다.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2014년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본심을 드러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 나를 버렸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이 말로 설득이 될 거라 생각했나. 오히려 분노의 강도만 높였다. 도전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자신의 도전을 위해 남을 밟고 가는가. K리그와 울산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으면서, 자신의 도전은 응원해 달라고 한 것인가. 어떻게 남에게 피눈물 흘리게 해 놓고 자신의 영광을 찾아 도전하겠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나. 너무 이기적이다. 너무 뻔뻔하다.
왜 홍 감독의 도전을 위해 K리그와 울산이 희생해야 하나. 얼마나 K리그와 울산을 무시했으면 이렇게 할 수 있나. 남을 밟고 시작하는 도전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박수를 받을 수 없고,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절대로. 대표팀의 근간을 무시하는 자가 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도 참 아이러니다.
그리고 묻고 싶다. 대표팀 감독으로 가는 과정에서 당당한가. 전력강화위원회에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이사의 독단적인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면접 없이 무혈입성한 것에 떳떳한가. 이것이 진정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이라 생각하는가.
이런 뒤틀린 과정을 거친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인정할 수 없다. 홍 감독을 선임한 그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인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진정 대표팀 감독이 하고 싶으면 올바른 과정을 거친 뒤 당당하게 입성하시라.
대한민국 핑계는 한국 축구 팬들을 더욱 모욕하는 것이다. 왜 축구 팬들의 동의와 공감도 얻지 못했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려 하는가. 한국 축구는, 한국 대표팀은 홍 감독의 것이 아니다. 정 회장의 것도, 이 이사의 것도 아니다. 한국 축구 팬들의 것이다. 몇몇 세력들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시라. 그런 시대는 지났다. 축구 팬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분노의 목소리를 낸 울산 팬들은 한국 축구 팬들이 아닌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라면 이들도 품어야 하지 않나. 버리고 가면 끝인가. 울산 팬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축구 팬들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아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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