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마침내 다가온 기자회견. 홍 감독은 울산을 떠나지 않을 듯하다 심경을 바꾼 것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10년이 흘렀다.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도 보냈다. 10년 전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2월부터 국대 감독에 이름이 오르는데 정말 괴로웠고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이사가 집으로 찾아와 2시간을 기다렸다. 그날 처음 만난 자리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기술철학을 얘기했다. 협회가 6월에 철학을 발표할 당시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다. 협회서 행정 일을 할 때도 A대표와 연령별 대표의 연계에 관심이 있었다. 행정에는 한계가 있고, 실행은 현장에서 하는 것이다. A대표팀 감독이 실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이사의 철학 얘기를 듣고 해당 부분은 동의했지만 바로 결정하지 않고 밤새 고민했다. 솔직히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니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 두려움,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등이었다. 10년 전 실패를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또한 "10년 만에 울산에서 간신히 재밌는 축구를 하고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표팀을 하려면 나 자신을 지키지 않고 버려야 했다. 이제 '홍명보'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과 현재의 감독 홍명보 차이로는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현재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 전 보다는 K리그 경험을 많이 쌓았고, 지도자로서 좋은 시간을 보내왔다"며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재능을 어디에 올려놓는가가 중요하다. 재능이 헌신이나 희생 위에 올린다면 큰 힘이 되겠지만, 이기주의 위에 올라가면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주호의 전력강화위원회 폭로에는 "박주호 위원이 갖고 있는 인맥을 통해 전력강화위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자의 의견이 존중받으며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울산 팬들에는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나의 실수로 인해 좋지 않은 모습으로 떠나게 됐다. 드릴 말씀이 없다. 울산을 선택한 것은 개인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 팬, 축구만 생각하며 지낸 시간들이 너무나 좋았다. 여러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였던 것이 야유로 나왔지만 내 책임이다.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경기 전과 마찬가지로 "협회와 부임 일정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 마지막 기회라고 봤다... 홍명보는 없고, 한국 축구만 남았다"[기자회견]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