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의 입장문이 확정적이었다.
그래, 설령 어떠한 불가항력적인 압박이 있었을 지라도 이제 나이가 환갑이 다 되어가는데 결국 당신이 선택한 것이었겠지.
그러나 나는 당신을 믿고 싶었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리그 우승을 넘어 2연패를 이룬 당신이었음에도, 그토록 잘나가던 우리팀의 모습에도, 하찮기만 한 나의 소신으로 거룩한 '명버지'라는 호칭보다 그저 '우리 감독'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던 건, 결국 누구나 사적인 욕심은 있기에 그리고 특히나 그런 걸 없는 척 하는 사람들의 실상은 오히려 누구보다도 그런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살아오며 적지 않게 보았기에 배신받을 일을 애초에 차단하고 싶어서였다. 허나 결국 나는 믿기로 했다. 지금도 그 결정은 분명 신중했고, 당신과 당신이 만든 팀은 그럴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용전사는 당신이 실패할 거라고 한다. 나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지난 평생을 스스로가 대단히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고, 일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은 남들마저 현혹시키는 힘을 가졌기에 나는 국가대표팀의 선수들이 당신에게 감화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결과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다.
당신에게 보람찬 미래란 앖다. 더러운 성공과 더러운 실패만 있겠지. 그것을 앞둔 당신에게 나는 부디 더러운 실패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 지난 존경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