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아실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고명진의 팬입니다.
서울 시절, 알 라이얀 시절, 심지어는 크로아티아 리그 경기 3경기 정도 나온 것도 전부 챙겨봤으니까요.
2.
좀 더 종적인 움직임.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침투를 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
아마 장지현 위원이 아챔 조별 예선 내내 언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 역시 공감하는 편입니다.
유망주 시절처럼 단순히 3선에서 침투를 가져가는 플레이메이커(하대성이라던지)를 보조해주는 역할 뿐 아니라 그런 선수가 없을 경우 본인이 직접 그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작년 울산 팬분들께 좋은 말을 들었던 요소 중 하나가, 동시에 서울팬들이 발전됐다고 보는 요소 중 하나가 그런 종적인 움직임이기도 했습니다.
(플레이어스의 회원, 신객 님이 분석한 고명진의 침투, 출처: https://www.flayus.com/football_k/80864802)
물론 침투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감독의 지시 사항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
신형민 혼자서 3선을 전부 맡기엔 무리이니, 반대쪽 사이드 공간을 커버해달라.
위의 2선 공간은 홍철이 대신 언더래핑, 오버래핑을 할 것이다.
너는 3선 후방빌드업에 집중해라.
라던지.
그러나 감안하더라도 팬들이 보기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움직임일 겁니다.
"아니, 언제까지 공만 돌릴 거야.? 저기 힌터제어 침투하잖ㅇ... 아 왜 측면으로 보내!"
"아 거기서 파고 들어가야ㅈ... 너무 머네."
(이건 제가 경기를 보면서 실제로 중얼거린 말들)
팬인 제가 봐도 고명진의 현재 플레이는 제가 빠졌던 고명진의 축구와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3.
풀스의 신객 님이 보신 대로 3선의 플레이메이커 롤이 아닌 2.5선에서 메짤라 롤을 맡았을 때 더 잘할 것이다, 라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https://www.flayus.com/football_k/80864802 를 참고할 것)
하지만 어디 축구가 메시가 아닌 이상 한 선수에게 전부 맞춰줄 수 있겠습니까.
다른 선수들도 맞춰주면 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결국 팀이 요구하는 게 있으면 선수는 최우선적으로 그 요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합니다.
팀이 원하는 롤이 있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몸값을 지불한 이유라고 봅니다.
반 칸 더 내려간 만큼 퍼포먼스가 아쉬우면 반 칸을 더 뛰거나(아마 헌신을 구체화하면 이런 움직임이겠죠?) 혹은 주전 대신 윤빛가람이나 바코 등의 로테 자원으로 2선에 올라가서 플레이를 하거나(김도훈 감독 시절 활용법).
4.
다시 써보지만 저는 고명진의 팬입니다.
그러나 저는 "잘 하는 고명진의 실력을 좋아하는 팬"이지, "단순히 패스만 하는 고명진을 좋아하는 팬"은 아닙니다.
최용수 전 감독이 고명진에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야, 명진아, 또 2군 가고 싶어?!"
한 발짝만 더 열심히, 늘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하게 뛰면서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주전을 차지했던 서울 시절을 생각하면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여담: 그래도... 한 번쯤은 2선에서 뛰는 거 보고 싶긴 합니다. 위에 올려두면 침투를 안 하는 선수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