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미 리더십을 상실했거든요. 왜냐구요? 카리스마나 리더십이라는 건 눈에 힘주고 의자 걷어찬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앞장서서 책임지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이 전제로 깔려있을 때만 생기는 겁니다
2. 그런데 홍명보는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180도 뒤집었습니다. 아마노가 우리팀 뒤통수 치고 전북 갔을 때 홍명보가 뭐라고 했었죠? "내가 아는 일본인 중 최악이다."라고까지 했었죠? 그런데 홍이 우리에게 한 짓이 아마노의 그것과 얼마나 다르죠? 오히려 더한 것 아닙니까? 진작에 국대 감독직에 대한 욕심이 있었으면서 아닌 척 '연기'를 한 것이니까요
3. 뿐입니까? 입만 열면 '프로세스'를 강조했던 사람이 홍명보입니다. 국대 차기 감독 내정설이 보도되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협회의 프로세스 상실을 직격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던 사람이 며칠 못가서 프로세스가 무너진 협회의 의사 결정 구조 '덕분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었습니다. 지나가는 소도 비웃을 모순 아닙니까?
4. 팬들도 팬들인데 선수들의 마음은 지금 어떨까요? 홍명보의 설득으로 중동에서 거액의 오퍼도 거절하고 남은 김영권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런던 세대의 대부나 다름없는 홍명보를 깊이 존경했을텐데 지금 배신감과 사람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마저 들지 않을까요? 그 외에도 홍명보의 설득으로 이 팀에 왔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남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정말 오함마로 뒤통수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요?
5. 이 마당에 누굴 지휘한단 말입니까? "이게 팀이야?", "야 만족해?", "니들이 프로야?" 따위의 멘트를 내뱉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선수들이 속으로 "그러는 당신은 시즌 중에 팀과 우리를 배신하는 주제에 누구더러 이러쿵저러쿵 훈계질이야?"라고 고깝게 듣지 않을까요? 좀 과격한 선수라면 항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6. 지금 닥친 팀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하루라도 더 빨리 정상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유다도 한 수 접어줄 배신자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