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제목의 문장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알 것도 같습니다. 저게 올해 2월에 나온 말입니다. 정해성 전강위 전 위원장의 전화를 받고 한 말이었다죠
돌이켜 생각하면 굉장히 함축적이고 쎄한 멘트입니다. 진정으로 국대 감독직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면 "저는 울산팀에 집중할 거니까 이런 제의하지 마세요."라고 답하는 게 맞는데 그게 아니라 프로세스를 언급했거든요. 그냥 단순히 생각하면 축구협회 전무 이사 출신으로서 본인이 김판곤 부회장과 함께 구축해놓은 행정 프로세스가 무너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랬다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당신들이 일처리를 이런 식으로 하는데 내가 그 제의를 어떻게 받을 수 있나?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당신들이 내가 움직일 명분과 모양새를 만들어줘야할 것 아닌가?"라는 뜻으로 언급한 문장으로 볼 여지도 있어요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이 가정이 맞는다면 홍명보는 올시즌 초부터 진작 우리들의 뒤통수를 치고 국대로 갈 요량이었으나 본인이 움직일 적절한 시기를 재고 있었다는 해석도 해볼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해석한다면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왜 국대 감독설이 나올 때마다 흔들렸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분명히 감독이 인터뷰상으로는 울산 잔류 의지를 명확히 하는데 선수들이 대체 왜 흔들리는 걸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밖에서 보는 우리와 달리 선수들은 더 정확하고 깊은 정보를 직간접으로 듣는 게 있었던 것 같네요
우리의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선수들이 느낄 허탈함과 충격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홍명보에게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더는 위선적으로 우리 위하는 척하지 말고 빨리 사라져달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빨리 결단했더라면 신태용처럼 좋은 감독이 인도네시아와 재계약을 하기 전에 우리 팀이 접근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주 빼도박도 못하게 가불기에 걸리게 만들어놓고 본인만 대표팀으로 가네요
이 와중에 팀에 더 남아봐야 팬들에게 좋은 소리 못 듣고 선수들에게도 그 리더십 안 먹힙니다.
속으로 "당신은 우리 배신하고 시즌 중간에 도망가면서 지금 누구더러 훈계하는 거야?"라고 비웃을 걸요? 우리도 빨리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하니 방해하지 말고 어서 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