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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첫 변화를 맞았다. 1994년생인 고승범은 서른살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울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출사표는 강렬했다. "익숙하고 성장해온 곳을 떠나온 만큼 큰 결정과 각오로 팀을 옮기게 됐다.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기대와 응원을 만족시킬 만한 활약을 펼치고 싶다." 그러나 9년차 K리거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화면 조정' 시간도 필요했다. 다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고승범은 어느덧 울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중원에 있고 없고는 천양지차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커버하는 영역은 혀를 내두른다. 현역 시절의 박지성을 연상케할 정도로 '3개의 폐'를 가졌다. 홍명보 울산 감독도 고승범이 아프면 걱정부터 앞선다.
그는 지난달 30일 적지인 포항스틸야드에서 울산 이적 후 K리그1 13경기 만에 첫 골을 신고했다. 포항 스틸러스에 0-2로 뒤진 전반 24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망을 찢었다. 팀의 1대2 패배로 웃을 수 없었지만 고승범에게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사흘이 흘렀다. 3일 고승범에게 그 날의 기분을 다시 물었다.
그는 "두 골 차이로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 세리머니나 기쁨을 충분히 즐길 시간이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나 복기해 봤는데, 솔직히 기쁨보다 아쉬움이 커 소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적은 것 같다"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개인 기록은 '보너스'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포인트보다 기여도 높은 플레이로 팀에 승리를 선사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쉴새 없이 뛰는 비결'을 묻자 "자기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항상 옆에서 응원해 주는 가족과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킥오프부터 파이널 휘슬까지 함께 뛰어주는 팬들이 큰 힘이 된다"고 웃었다.
"돌려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울산에 우승을 위해 왔다. 나를 응원해주고 믿어준 가족, 팬 그리고 팀 동료와 감독님을 위해 우승컵을 가능한 많이 들어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왕조의 시작은 3연패다. 고승범도 '왕조'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