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인마, 코미디 하냐? 공도 못 봐?” (5월20일 효창운동장)
“혼자 하니? 네 문제가 그거야 이 XX야!” (5월27일 효창운동장)
최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24 전국 초등 저학년(5학년 이하) 축구리그 서울권역 경기 도중 나온 일부 지도자들의 듣기 거북한 발언이다.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거친 말을 한 지도자는 전반 뒤 휴식시간에도 아이들을 세워놓고 훈계했다. 고함지르기, 욕설하기, 감정 드러내기 등은 유소년 지도자의 금기다. C, D급 지도자 자격증을 딸 때, 교육과정에서 귀가 닳도록 듣는 말이다. 현장에서는 달라진다.
대한축구협회가 유소년 경기에서 일절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겪을 트라우마 때문이다. 한 축구인은 “지도자가 급한 상황에서 볼 걷어내라고 소리치면, 이 아이는 A대표팀에 가서도 걷어내기만 한다. 골 먹더라도 시도 좋았다고 말해주고, 혼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을 갖고 성장한다”고 말했다
지시와 이행이 반복되면 후유증은 청소년기에 찾아온다. 한겨레 분데스리가 통신원인 마쿠스 한은 “한국의 4~6학년 아이들을 이끌고 유럽 유소년 캠프에 가면 우리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이긴다. 3년 뒤 다시 나가서 붙으면 이번엔 유럽 유소년팀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교에서 앞섰을지 몰라도, 기본기 교육과 시스템의 차이가 불러온 역전 현상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유소년이라도 1년 단위의 연령별 리그가 이뤄지고, 그 안에서도 수준이 나뉘어 강대강 대결이 이뤄진다. 때로는 월반해서 경쟁하기 때문에 매 경기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110%, 120% 발휘해야 살아남는”(마쿠스 한) 고강도 단련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