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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결말이다. 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쉬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정해 협상을 시작했다. 문제는 정 위원장이 지난 4월18일 영국 런던에서 마쉬 감독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표팀 사령탑을 향한 의지, 게임 모델 등에 관해 상세하게 대화를 나눴으나 정 위원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돈’을 보장할 권한이 없었다.
협상의 기본은 돈이다. 돈을 놓고 이견을 조율해 결론을 도출하는 게 협상이다. 마쉬 감독과 제대로 된 협상은 정 위원장이 아니라 따로 만든 협회 내부 파트에서 담당했다. 정 위원장과 마쉬 감독이 런던에서 만난 후 2주가 지나서야 실질적인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시간을 허비했고, 이마저도 협상에 실패했다. 마쉬 감독은 세금 문제를 놓고 협회와 줄다리기를 하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캐나다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협회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시점에도 “아직 어떤 결론도 내려진 것은 없다. 시간에 쫓겨 협상하면 사령탑 후보에게 끌려갈 수 있어 신중히 처리하고 있다”는 한심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무능한 민낯을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셈이다.
과거 전력강화위원회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후보를 정하면 빠르게 협상하는 게 기본이다. 위원장이 협상 주체가 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지금 구조에서는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도전한다.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집행위원 두 자리를 선출한다. 정 회장은 동아시아에 할당된 자리에 단독 출마해 당선이 확실시된다. 임기는 2027년까지로 협회장 4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