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를 중앙에 배치한 것은 바코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성남전 때도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처럼 바코의 수비 적극성은 딱히 대단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밀고올라오는데 남의 일인 양 어슬렁거리는 장면이 종종 눈에 보일 정도로요.
울산은 수비시에 4-4-2 형태를 가져가는데, 중앙의 바코가 힌터제어와 함께 1선으로 올라섭니다.
아무래도 측면에 있을 때는 풀백과 함께 상대 측면 공격을 막기 위해 코너킥 근처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최전방에 서 있게 해두면 그만큼 내려오는 거리가 줄어들게 되는 거죠.
바코와 이청용의 선발 포지션 외에는, 울산의 공격 전개 콘셉트가 리그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지공 중심적인 모습입니다.
전반전 후반부에는 이청용의 기본적인 포지셔닝이 좀 더 왼쪽 측면 높은 위치로 바뀐 것이 조금 달라 보이긴 하지만,
리그에서 윤빛가람이 측면으로 가고 바코가 중앙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오버랩 되는 모습이기도 했죠.
최전방의 힌터제어는 여전히, 공격 전개 과정에 큰 역할을 해주진 못합니다. 느리고, 등치는 큰데 몸빵은 안되는 힌터제어입니다.
그런데 키 큰 포처라는 어느 울티러의 평처럼, 아무 영향력도 없다가 뜬금없이 골을 넣었군요.
일반적으로 골 포처들은 스피드가 있는 편인데, 힌터제어는 속도가 없으니까
수비수와 중장기적 속도 경쟁이 필요한 침투 상황에서는 못 보여주던 골 포처의 면모가,
세트피스처럼 정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전북전 세트피스골도 그랬고요.
세트피스 때만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원포인트 서버같은 룰이 축구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른 역습이 안되는 것은 조합의 문제로도 보이지만, 날씨의 문제로도 보입니다.
베리나히쑤에서 선수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스프린트 한 번 하면 숨이 턱까지 찬다더라고요.)
역습 찬스가 나도 그거 한 번 뛰고 나면 경기 전체의 체력 분배 계획에 무리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공으로만 어떻게든 해결하려 하는 걸까요.
덥습니다. 적당히 하고 들어가서 에어콘 쐽시다. 교체 얼른얼른 해줍시다 명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