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앞서 지난번에 올린 현백 사인회 게시글에 많은 반응들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이 아닌 옛날 이야기라 진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제가 갖고있는 '고오전'자료를 정리해서 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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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3일, 서부동 클럽하우스에서 2002년 시즌 선수단 단체 촬영 및 개인 프로필 사진 촬영, 보도자료용 사진 등을 촬영하기 위해 진행하는 '포토데이' 행사가 열린다는 처용전사 홈페이지의 공지를 보고 서포터 활동을 같이하던 친구들과 함께 클럽하우스를 찾았습니다.

 

3월치고 다소 쌀쌀한 꽃샘 추위에 모였던 처용전사 서포터들과 선수팬들, 그리고 지금은 클럽하우스 건물 내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만 그땐 서부구장 가운데에 배경용 롤지를 걸어두고 프로필 사진을 찍었던터라 얇은 유니폼만 걸쳐야했던 선수들(트레이닝 점퍼나 롱패딩 차림으로 사진찍는 감독님 및 코칭스태프들은 개꿀) 모두가 벌벌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2002년 포토데이의 대표적인 사진이 바로 이런 사진이죠.

 

앞서 2월 삼산동 현대백화점에서 있었던 팬사인회에 먼저 참석한 터라 사진 촬영이 진행될 때 뒤에서 조용히 이천수 등 신인 선수들과 김현석, 김도균 등 주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우리 울산 서포터와 팬들 외에 일본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이 제법 되었는데, 그 중에는 2000 시즌 J리그 베르디 가와사키(지금의 도쿄 베르디)에서 뛰었던 김현석 선수에게 몇몇 일본분들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던 모습도 보았습니다.

 

프로필과 단체 촬영이 끝나고 우리 서포터와 선수팬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선수들에게 가서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 이 날은 마침 지역 방송국 ubc에서 리포터와 카메라 기자님이 오셔서 시즌전 울산 현대에 대한 촬영이 진행돼서 포토데이 상황은 물론 참석했던 서포터들의 응원 모습을 촬영해가기도 했죠. 

 

저도 서포터인터라 요거만 마무리 짓고 보이는 선수들과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빠지려는데 서포터 개인 인터뷰가 필요해서 한 분만 나와달라고 하는 취재진의 요청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가 얼떨결에 제가 뽑히는 바람에 생애 첫 인터뷰를 '당하는' 경험을 하게되었습니다.

 

"울산 현대의 올 시즌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처음하는 인터뷰라 버벅거리고 2번이나 NG를 내서 꽤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시뻘개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방송이 나오는지 물어볼 생각도 못했죠.

 

나중에 친구가 말해주길, 친구 어머님께서 다음 날 아침 ubc 프로그램에서 너가 하는 인터뷰가 나왔다고 말씀해주셨다는군요.

 

결국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니 선수들 대부분은 어디로 가버려서 보이지 않고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근처에 김정남 감독님이 계셔서 같이 사진 좀 찍으면 안되겠냐고 여쭈니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정남 감독님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평생 추억에 남을 사진 중 하나죠.

 

그렇게 사진을 찍고나서 감독님께서 기왕 여기까지 힘들게 찾아 왔는데 젊은 선수들하고 사진 찍어야지 나랑만 찍고 가면 되겠냐면서(맞아요, 실은 그것 때문에 왔어요 감독니뮤ㅠㅠ) 마침 슈팅 장면 사진을 찍고 잔디구장에서 나가려는 당시 울산 신인이자 누구나가 다 아는 월드컵 대표팀 선수인 '이천수'를 부릅니다.

 

"야, 천수야~ 여기 젊은 친구들이랑 사진 한 번 찍어줘라!"

 

그렇게해서 얼떨결에 당대 최고의 선수들 중 한 명이자 나중에 울산의 레전드 중 한 명이 되는 이천수 선수와 같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감독님 울산 떠날 때 까지 절대 충성충성^^7하는 팬들 중 한 명이 되었죠.

 

저 사진에서 이천수 선수가 두르고 있는 머플러, 제 겁니다. ㅋㅋ 천수형이 너네 서포터냐며 물었을 때 맞다고 하니 제가 들고 있던 머플러를 자신이 둘르고는 서포터하고 같이 사진 찍은 티를 내야지 하면서 저렇게 사진을 찍어주시니 역시 충성충성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제가 아이스브레이킹으로 "형님, TV로 보다가 실제로 만나서 슈팅 때리는 거 보니 진짜 축구 잘하시네요."라고 개드립을 날리니 "내가 원래 잘하잖아." ㅋㅋ라고 말하길래 '이 형, 진짜 당돌한 형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가려고 클럽하우스 언덕배기를 내려가다가 아까 만났던 김정남 감독님을 또 만났는데 저와 친구들이 사복으로 환복해서 아까 봤던 기억 못하시고 축구팬이냐고 물으시길래 맞다고 대답하니 안 바쁘면 잠깐 따라오라 하셔서 동부도서관 옆 주차장까지 따라가니 감독님 차량인 검은색 뉴그랜저 뒷트렁크에서 축구공 한아름을 꺼내서 자와 친구들에게 2개씩이나 손수 나눠주시고는 이거 받고 올해 축구장에 꼭 오라고 하시니 안 갈 수가 없지 않겠어요? ㅋㅋ 그래서 그 해 축구장에 많이 간 기억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인볼입니다. 김정남 감독님 사인은 이렇습니다.

 

당시 코치진이던 최인영, 정종수, 강영철 코치님들 사인입니다.

 

가운데 no.16이 제 닉 주인(?)인 김현석 선수구요, no.1이 권정혁 골키퍼입니다.

 

no.8이 정정수 선수, no.15가 박규선 선수입니다. 지금은 한남대 감독이시죠.

 

no.6이 김도균 선수, 지금 서울 이랜드 감독님이시죠!

 

지난번 사인회 글에 언급한 no.14 신병호 선수의 사인입니다. 그리고 no.40은 생소하실텐데 현재 우리 울산 HD U12 감독이신 박창주 감독님 사인입니다.

 

no.21 사인의 주인공은 아실 분은 아실텐데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울산 HD 골키퍼 코치인 양지원 코치의 현역 때 사인입니다.

 

아무튼 2002년은 제게 '축덕질'하면서 많은 경험과 좋은 추억을 쌓았던 한 해가 아녔나 생각합니다. 사연을 적어보니 다소 거짓말 같아보여도 이렇게 제 뇌리에 강하게 박혀 아직도 이야기 할 수 있기에 거짓말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소한 사연들을 울티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도 울산 HD와 좋은 추억, 많이들 쌓아가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